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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 CROSS OF STORY (유희왕과 IS의 X-OVER 팬픽)/2부 CROSS AFTER 完

2화

by 카이곤 2023. 5. 22.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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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된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점심 식사 이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을 일행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 급히 의무실로 달려들어왔다.
의무실에 놓여있는 침대의 위엔 호키가 괴로운 표정으로 누어있었다.

"나도 모르겠어. 갑자기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들리길래 들어가봤더니…"

최초 발견자이자, 호키를 이곳까지 옮겨온 샤를로트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호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문을 모를 호키의 쓰러짐에 다른 이들도 걱정하는 표정이었지만,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괴로운 얼굴을 계속하고 있는 호키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무슨 일인지만 알수있어도…"

의무실에서도 제대로 진단을 내리지 못한 호키의 상태에 일행은 걱정을 넘어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거라면 이미 진단이 나왔어."

의무실의 문이 열리며 교복 위에 하얀 가운을 걸친, 푸른 머리카락의 장신의 소녀가 들어온다.

"브루노?"

"호키의 병명은, 정보 멀미야."
*****

2화-쌓아 올린 것

*****
브루노.
나이도, 국적도, 이름도 전혀 기억하지 못 하는 기억상실의 소녀로서 라우라에게 거둬들여져 브루노라는 이름을 받고, 검은 토끼부대의 전속 메카닉으로 입소하고, 이후엔 팀 5D`s의 메카닉으로서 WRGP에 참가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천재 메카닉 소녀다.
더불어 아크 크레이들 사건과도 큰 연관이 있는 소녀지만, 그 부분에선 본인과 관련자들이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연관성은 알 수가 없는 신비한 소녀다. 아크 크레이들 사건이 마무리된 현재에는 내년부터 시행될 IS 엔지니어 반의 개설의 시범 운행을 위해 차출되어, 현재는 새로 지어지고 있는 IS 학원 - 엔지니어 클래스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호키의 소식을 듣고 엔지니어 기숙사에서 가까운 의무실로 내려와 호키의 증상을 파악한 뒤, 조금 더 정밀한 검사를 위해 잠시 나갔다 들어온 브루노는 `정보 멀미`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의무실에서 진단을 내리지 못 한건 당연해. 이건 IS와 관련된 증상이니까."

"정보 멀미?"

"뭐야 그건?"

"쉽게 말하자면, 과도한 정보량을 뇌가 견디지 못해서 생기는 증상이야."

정보 멀미라는 증상은 그렇게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증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백기사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이 IS의 연구와 개발을 시작하기 시작한 때, IS에 대한 정보가 얼마 없던 시절에 잠시동안 조종사들에게 일어났던 증상이기 때문이다.

"IS의 중추인 코어는 시노노노 타바네 씨가 만들어낸 마법과도 같은 물건이야. 질량 보존의 법칙을 비롯한 모든 물리 법칙을 무시하지. 그러면서도 받아들이는 정보도 엄청나. 그만큼 엄청난 양의 정보량을 지니고 있는 물건이고, 그 정보를 통제하고 제어하기 위해 모든 IS에는 필요 이상의 정보를 필터링 하기 위해 하이퍼 센서에 필터 기능을 설정해 둬."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이퍼 센서에 대한 이해가 적었던 초기에는 정보 멀미 증상에 의해 많은 조종사가 피해를 입었지."

설명하고 있던 브루노의 말을 라우라가 받으며 설명을 받춰준다.

"실제로도 IS의 하이퍼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시각정보가 전방위 처리 되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조종사의 두뇌는 그 정보의 처리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각 처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조종사가 이해 가능한 형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고, 이에의해 발생되는 지연시간은 그대로 반응속도에도 영향을 주게 되지."

"아니 그러니까…그런 증상이 어째서 호키에게…"

"강해졌기 때문이다."

다시 문이 열리며 홀로그램 차트를 들고 들어온 치후유가 한숨부터 내쉰다.

"치후유 누나…"

"IS는 기본적으로 조종사와 함께 자가 진화한다. 그리고 판단하지. 자신의 조종사가 어디까지 자신을 받아들여 줄 수 있는가."

"판단…?"

"판단의 기준은 조종사의 실력과 적성. 그리고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IS의 이해도다. 시노노노의 경우, 아카츠바키를 받은 이후부터 끊임없이 노력해오면서, 아카츠바키의 이해도가 높아져 원 오프 어빌리티를 쓰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가 되었고, 최근 들어서도 조종 실력도 높아졌다."

순수하게 호키의 성장을 칭찬하고 있던 치후유였지만,

"하지만 그게 문제가 되었다."

"강해진게 문제가 되었다고요?"

"4세대 기술인 전개장갑을 전신에 적용하고 있는 아카츠바키가 내포하고, 처리하는 정보의 양은 기존의 IS를 넘어선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가 처리해야될 정보량도 많지. 그것에 관해선 타바네도 예상했고, 시노노노에 맞춰서 아카츠바키를 조정했었지. …하지만 타바네도 예상하지 못 했던 거다. 시노노노가 이렇게 단시간에 실력이 높아질 줄은."

"점점 더 영문을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시노노노의 실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아카츠바키는 스스로 판단을 내려서, 시노노노에게 자신이 담당하고 있던 많은 정보량의 일부를 분담시켰다. 조사 결과, 아카츠바키가 시노노노에게 분담시킨 정보는 총 3가지. 아카츠바키의 전개장갑의 전개 프로세스, 현랍무답의 에너지 조율, 아카츠바키 자체의 에너지 조율이다."

"…어라? 그 정도의 정보량이라면, 일반적인 IS 조종사라도 문제 없잖아요?"

샤를로트가 이상하다는듯 고개를 갸웃한다.

"일반적…, 이라면 말이지."

치후유가 입이 쓴지 묘한 표정이 된다.

"호키의 적성 등급이 어느정도인지. 다들 알고 있겠지?"

"적성 등급이라니?"

"…에, 설마?!"

"그 설마로군."

라우라도 뭔가를 알아차렸는지 눈살을 찌푸렸고 알아차린 이들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숨을 내쉰 치후유가 결론을 입에 담았다.

"요컨데. IS 적성과 기체의 스펙과 자신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 할 정도로 너무 낮다는 이야기다."

호키의 IS 적성 등급은 C 등급
일반인의 레벨인 D보단 높지만, 그래도 본격적인 IS를 다루기엔 조금은 힘든 레벨이다.
이 적성 등급은 본인 자체의 실력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IS 자체와의 상성이 나쁘다는 이야기와 같다.

"IS 적성 등급의 산출은 IS가 보내오는 정보를 얼마나 제대로 받아들이고, 처리할 수 있냐에 따라 결정되지. 그 점에서 호키는 일반인보단 낫지만, 본격적인 조종사들보단 낮은 등급이다."

"적성이 높을수록 IS의 반응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독일에선 `보단 오제`라는 적합성 상승을 위한 유사 하이퍼 센서를 이식시키기도 했지."

"`보단 오제`라면…, 라우라의 그 왼쪽 눈?"

"…결론만 말하자면 확실히 적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과도하게 들어오는 불필요한 정보로 인해 나도 한동안 `정보 멀미` 증상에 시달려야 했지."

"어쨌든 증상의 원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쯤으로 하고 이제부터 본론이다."

진지한 어조로 치후유가 아직도 괴로운 표정으로 누어있는 호키를 바라본다.

"정보 멀미의 증상은 대표적으로 어지러움증, 구토, 무기력증이 있지만 그런건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아. 멀미라고 이름 붙어져있지만, 뇌세포에 데미지를 줄 정도로 위험한 증상이다."

"…?!"

"뇌세포에?!"

"설마?!"

"…실제로 뇌세포에 손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손상 자체는 심각하지 않았고, 다행히 라우라 대장의 `보단 오제`의 대책으로 준비된 재생 조치가 있어서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될거야."

"하아…"

"다행이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부터 24시간 동안은 절대 안정과 더불어 호키에게 들어오는 정보량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어."

"최소화하다니?"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 눈과 귀를 통제한다는 이야기다. 즉."

"눈과 귀를 막는거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치후유와 브루노가 호키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귀에 귀마개를 꽂아넣는다. 그러자 놀랍게도 괴로워하고 있던 호키의 얼굴이 조금씩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에 놀라고 있는 일행에게 브루노가 설명을 이어나간다.

"정보 멀미는 일단 지나갔지만, 이미 흘러들어온 정보를 뇌가 처리할 때까진 시간이 걸려. 그러니까 최소한 현재 들어오는 정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어."

"일단 이대로 하루 동안 상태를 지켜보는게 가장 좋다."

"…그럼 괜찮은거지. 호키는?"

"확답은 못 하겠지만."

그래도 치후유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렇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호키의 상태가 호전된 것에 이치카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으음."

그런 이치카의 옆에서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던 링이 짧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칫, 별수없네. 이치카. 오늘은 네가 네 방에서 호키 좀 돌봐줘."

"어?"

갑작스러운 링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링에게 집중된다.

"의무실은 계속 사람도 들락날락 거릴 것 같고, 밤새 호키 혼자 두는 것도 개운치도 않고. 거기다 남자 기숙사는 4인실이라서 넓잖아. 거기다 1층의 한적한 곳에 있어서 조용한데다가 유사시엔 나가기도 편하고."

"그 이야기는…"

"눈이랑 귀로 들어오는 정보가 적어야 된다며. 그럴거면 몸이 편한게 더 좋을 것 같으니까."

링의 의도를 알아차린 세실리아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연다.

"…링 씨 의외로 좋은 분이시네요."

"의외가 뭐야, 의외가!"

버럭하고 소리를 친 것도 잠시. 링은 휙하고 고개를 돌리며,

"…그냥 저녀석이 저런 모습인게 마음에 안들뿐이라고. 그러니까 얼른 낫게 만들라고. 이치카."

"…응."

"그렇다면, 샤를로트도 같이 보내는 걸 추천하지."

"라우라?"

"아무래도 이치카 혼자서 돌보는 건…역시 그렇지?"

"으음…뭐…"

몸을 닦아주거나하는 거라면 역시 동년배의 여자아이가 있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교사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배짱도 좋구만 너희들."

멋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보던 치후유였지만.

"…뭐, 특수 상황이니 예외로 붙이도록하지. 필요한 간호용품이 있으면 연락하도록."

『네.』

*****

그렇게해서 시간은 저녁 시간을 지난 오후 10시.

"이제 됐어."

"응."

현재는 이치카 혼자만이 사용하는 남자 기숙사.
의무실에서 한적한 이곳으로 호키를 옮겨온 이치카는 벽면을 보고 있던 자신의 몸을 돌려 자신이 앉은 침대 옆에서 이불을 덮고, 안대와 귀마개를 한 평안한 얼굴의 호키를 보고 작게 웃음을 짓는다.

"그나저나 다행이야. 샤를로트가 없었으면 나 혼자서 간호해주기 힘들었을거고."

"할 건 다했으면서 이런건 못하네. 이치카는."

"아니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난처해하는 이치카의 모습에 샤를로트가 쿡쿡하며 웃음을 보인다. 방금 전, 자신이 호키의 교복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은 뒤에 속옷과 잠옷으로 갈아입히는 동안, 몸을 돌린채로 1시간 가량 꼼짝도 않고 벽만 바라보고 있던 이치카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런점에선 예전보단 많이 의지할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라는 느낌이네."

"그런가?"

"응. 믿음직해졌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둔하니까."

키득거리며 샤를로트가 이치카의 곁에 앉는다.

"…호키. 괜찮겠지?"

"괜찮을거야. 강하잖아?"

샤를로트의 말에 이치카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강하다라…"라는 말을 내뱉는다.

"…옛날에도 그렇게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지만."

"응?"

"호키의 개인적인 이야기니까. 많이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호키는 겉으로 보이는 것 만큼 강하지않아. 오히려 약하고 여러서 작은 일로 상처도 많이 받아. 초등학교 때도 선머슴이라고 불린 걸로 상당히 마음 아파 했었고."

"그래?"

"호키가 강하다고 느껴지는건…, 최근 들어선 그런걸 넘어서려고 하고 있기 때문일거야. 괴로운 것, 아픈 것. 예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울고만 있었을 호키가, 그렇게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 새삼 옛날의 호키랑 겹쳐보여서 조금 이상해."

"……호키에 대해선, 굉장히 상세하구나."

"응?"

샤를로트가 미묘한 시선으로 이치카를 올려다본다.

"혹시하니 첫 사랑이야? 호키가."

"……그런건 아니지만. 뭐라고 할까…"

태어날때부터 이웃이었고, 어렸을때부터 어울려다녔다. 같이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딱히 그런걸로 의문을 가진 적도, 그 이상도 생각해본적은 없다.

"없었다가 아니라. 인식을 못 한거겠지."

여전히 둔하다니깐, 샤를로트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보니. 첫 인상은 '조금 어두워보이는 애다.' 였지."

"어…?"

예상외의 샤를로트의 말에 이치카가 놀란 표정이 된다.

"어두운 애?"

"응. 그게, 겉으로 두른 분위기가, 다가오지마. 라고 할까. 사람하고 대화하는걸 무서워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아아…"

이치카도 나중에서야 호키에게 직접 들었던 이야기지만. 그 당시의 호키는 시노노노 타바네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속적인 감시를 받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몇일 단위 혹은 일주일 단위로 주거지를 계속 바꿔버리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해버렸기 때문에 사람과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몸과 마음이 전부 지쳐버렸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호키는 강함을 착각하지 않고 강해질 수 있었어."

그렇게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도, 호키는 쓰러지지 않았다.
줄곧 소중히해온 마음이 있었기에, 그 연결점이 있었기에.

"이치카와 호키가 쌓아올린 관계는…생각보다 강했구나."

"나는 지금에서야 느끼고 있지만."

─곁에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소중했다는 것을.

*****

"그러고보니, 반년전과는 확실히 달라졌지."

아키가 떠나고나서 다른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아 홀로 2인실을 쓰고 있던 링의 방에 모인 세실리아와 라우라는 도둑잡기를 하던 도중에 입을 연 링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말인가?"

"호키 말이야."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링의 차례가 끝나고 세실리아가 링의 카드를 뽑아, 같은 그림을 맞추고 침대 위로 카드 2장을 올려놓는다.

"첫 인상은 묘하게 남자말투인 무뚝뚝한 여자, 였죠."

"흐음, 나랑 별다르진 않네."

"나의 경우는 '왠 귀찮은 녀석이냐.' 정도였지만."

"너야 그랬겠지."

라우라가 세실리아와 링을 완전히 묵사발을 만들어버린 것에 분노한 호키가 대결을 신청했을 때, 그제서야 제대로 인식했었으니 말이다.
떠올려보면 그때의 일이 없었으면─

"아니, 없었어도 친구가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어느새 한바퀴를 돌아 다시 차례가 돌아온 링이 카드를 뽑는다.
뽑은 카드은 죠커다.

"친구라는건 구두약속이 아닌,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정이었지?"

"읏, 그때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건가요."

그때의 대사를 떠올렸는지 세실리아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다.

"뭐…, 솔직히 그 당시에는 서로 좋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들을 위해 화를 내주었다는 것 꽤 기뻤었어요."

"무뚝뚝하면서, 쌀쌀맞은 이미지였으니까. 그 녀석. 알고보니 꽤 속은 뜨거운 녀석이었지만."

"그건 동감이다. …그런 녀석이니까. 우리들의 관계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거겠지."

"응."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치카의 말로는 예전엔 꽤 남자애들처럼 놀았다고 했고."

"지금의 호키씨랑은 조금 매치가 안되네요."

"겉 모습만큼은 야마토 나데시코니까, 그 녀석. 아, 이걸로 내가 먼저 났다."

손을 비운 링이 빈 손을 들어보임과 동시에 라우라와 세실리아의 승부도 너무나도 손쉽게 라우라의 승리로 끝난다.

"으으…오늘은 어떤 승부든 전부 빗나가는 날인가요…"

"그럴때도 있는 법이지."

"음. 흔히 말하는 슬럼프라는 거로군."

"불난 집에 부채질하지 말아요!"

*****

"하아…"

벌칙으로 음료수를 사오게 된 세실리아는 음료수를 사오던 도중,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털썩 앉으며 지친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패배가 아직도 세실리아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총 전적을 따져봐도, 요 일주일 사이에 저만 패배군요."

강화되었다지만, 출력 리미터에 의해 연비가 상당히 나쁜 뱌쿠시키 세츠라에게 졌다는 것이, 세실리아의 자존심을 긁어내리고 있었다.
물론 이치카의 실력은 충분히 높아졌고, 자신의 BT 병기에 대응할 만큼 반응 속도도 빨라진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만 졌다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난 이후에 본국에 연락을 해서 실탄 추가 장비를 보내달라고 교섭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BT 병기의 실제 가동 데이터의 샘플링에는 실탄 병기는 들어있지 않으니 기각."이라는 말뿐이었다.

"하아…"

두번째 한숨을 내쉬며 세실리아는 이어 커프스 상태의 대기 모드인 블루 티어즈를 살짝 건드리며 홀로그램 화면을 띄운다.
표시되는 데이터에는 블루 티어즈의 정보.

─스나이퍼 레이저 라이플, 스타라이트 MkⅢ

─기체의 유래인 BT 병기라 불리는 비트 유닛, 블루 티어즈

─근접전용 나이프, 인터셉터

어느 것 하나, 뱌쿠시키 세츠라의 세츠라 실드 모드로 전개되는 레이라쿠뱌쿠야를 뚫을 수단은 없다.
물론 그레네이드식 미사일을 발사하는 허리 쪽의 BT 병기도 있지만, 문제는 유도성능이 없는 무장이라 요즘 실력이 높아진 이치카를 맞추기도 힘들다.

"……"

그렇게 불러낸 IS의 데이터 사이로 유독 눈에 띄는 정보가 들어온다.

─BT병기 가동률 48%.

지지난달의 37%에 비하면 상당히 오른 수치지만, 만족 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물론 스나이퍼 라이플로 사격을 가하면서 BT 병기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을 만큼 가동률이 올랐지만─

'최대로 가동시 빔 자체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라…, 솔직히 상식적으로 레이저나 빔이 휜다는게 상상이 안가니…'

과거를 돌아봐도, 한번도 그런 제어에 성공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세실리아의 기분은 점점 먹구름처럼 짙게 깔리고 있었다.

"…뭐, 조급해할 필요는 없죠.

다시 언제나처럼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세실리아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천천히 쌓아올리면 돼요. …모두가 그렇게 쌓아올린 것 처럼."

*****

"그러고보니, 이렇게 느긋하게 둘이서 보내는 것도 오랜만이네."

"으, 응?"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던 이치카는 자신의 왼팔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각에 살짝 흠칫한다.

"…에, 저기. 샤르?"

"이대로 호키는 없는셈 칠까~나?"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이치카의 턱밑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서서히 다가온 샤를로트였지만,

"하지만 호키한테 미안하니깐 오늘은 여기까지로 할래."

다시 몸을 뒤로 빼며 이치카의 곁에서 일어섰다.

"그러면 난 옷 좀 갈아입을 테니깐."

"아, 응. 그러면 나도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올게."

*****

'…잠이 잘 안오네.'

시간은 아마 12시를 지났을 것이다. 자신의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이치카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천장을 바라본다.
딱히 예전처럼 여자아이 두명과 같이 자고 있다는 것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괜찮은걸까.'

하지만,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살짝 보는건 괜찮겠지.'

결국 잠자리에서 내려온 이치카는 호키가 누어있는 침대 옆으로 다가간다.

"어…?"

"어?"

그리고 마주쳤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러네."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을 짓는다.

"으…으음…"

"…?"

그때 아래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싫…어…혼자…싫어……"

"…호키…"

"혼자…두지마…"

괴로운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일까.
혼자 두지말라는 말을 반복하며 허공으로 손을 들어올리는 호키의 모습을 바라보던 두 사람은,

"…괜찮아."

"네가 쌓아올린건, 언제나 네 곁에 있다고."

호키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

─혼자였다.

그 날 이후로.
그 누구와 사귀지 못하며, 철저히 혼자인 상태로 몇년을 지내왔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잊어버렸다.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니까 나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있는 것은 유일하게 잊어버리지 않고 있던 소중히 간직해온 마음 하나 뿐.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혼자인것이 무섭고, 무섭고, 무서워서. 마음이 피폐해져갔다.
도와달라고 외쳐도 도와줄 사람조차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삐뚫어졌고.
그것을 깨달았을 땐, 소중하게 가지고 있던 것 마저 내팽겨칠 정도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IS 학원에 들어올 당시만 해도 될대로 되라는 식의 마음이었다.

그런 피폐해진 자신에게 다시 빛을 넣어주며, 소중한 것을 상기 시켜준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애늙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IS 학원에서 재회한 소꿉친구의 한마디였다.

"너에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야."

소중히 하고 있던 마음에서 이어진, 자기 자신이 쌓아올린 것.
그것은 절대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서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걸어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 말과 함께, 자신의 마음에 응어리져있던 것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중한 마음이 연결점이 되어, 많은 것이 쌓아올려졌다.

*****

'…따뜻해…'

정신이 서서히 깨어나며 느껴지는 따스함에 호키는 천천히 눈을 뜨며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벗겨냈다.

"…아…"

안대를 벗겨낸 시야에 들어온 것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과.

"…이치카, 샤를로트…"

자신의 양 옆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고마워…."

자신이 쌓아올린 따뜻한 인연을 느끼며, 호키는 자신의 곁에 누어있던 두 사람을 소중하게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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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이런 훈훈한 전개로는 안 갈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전편 주인공인 유세이는 호키에 의해 살짝 언급.
다음화에선 나올려나...

정보 멀미가 햇갈리시는 분들은 더블오 극장판에서 엘스의 과도한 정보에 가사 상태에 빠졌던 세츠나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사실, 호키를 아예 가사 상태로 만들까 하다가, 그건 좀 심할 것 같아서 노선 변경.
대신 뇌세포 손상이 있기 때문에 후유증이 있어, 다음화에선 아카츠바키 탑승 금지 처분이 내려질 예정.

자아, 그럼 이런 짧은 후기 이후로. 다시 본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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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그럴리 없어, 치쨩.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통화 넘어로 들려오는 말도 안된다는 목소리에 오히려 치후유가 놀라고 말았다.

[그 정도도 예측 못 했을리 없잖아. 난 호키쨩이 성장할 것 까지 예측해고 피팅했었다고?]

"…그럼 도데체 이건 무슨 상황인거냐?"

애초부터 성장하는 것 까지 상정되어 있었다, 라고 한다면.
도데체 호키의 `정보 멀미`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은 것인가?

[…가능한 가설이 있기는 하지만.]

"뭐냐?"

잔뜩 찡그린 얼굴로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타바네가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치쨩. 망국 기업(팬텀 터스크)이라고 들어봤어?]

*****

"…작전은 일단 성공인가."

"뭐가 성공이냐."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휴대용 단말을 통해 어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작은 인영의 뒤로, 그 인영 보다 조금 큰, 같은 후드를 눌러쓴 인영이 다가온다.

"단순히 정보 멀미를 일으켜서 IS에 탑승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따위를 작전이라고 말할 셈인가. 칭크(5)?"

"단순하다라…, 엠(M). 너는 조금 더 효율이라는걸 알 필요가 있어."

"효율?"

후드 속에서 얼굴을 찡그리는 엠이라 불린 인영에게, 칭크라고 불린 작은 인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단순해 보이는 이것으로 인해, 우리는 최소의 작업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은거다. 우리들에게 있어 가장 방해가 되는 존재는 클리어 마인드의 경지에 오른 오리무라 이치카보다, 본격적인 4세대 기체와 `드래곤 하트`를 지닌 시노노노 호키다."

"그런 미숙한 녀석을 잘도 높게 치고 있군."

"그게 과연 그럴까?"

"말 돌리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

"`드래곤 하트`의 상징적인 의미는 `중심`과 `구심점`이다. 그 녀석은 시그너들의 중심에서 시그너들을 이어주고 있다."

"…머리를 쳤다는건가?"

"이걸로 네가 생각하고 있는 작전도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흥."

기분 나쁘다는 모습으로 엠은 몸을 돌린다.

"…아, 그래도 이거 하나는 감사하지."

살짝 고개를 돌려 칭크를 바라본 엠은, 비릿한 웃음을 보였다.

"오리무라 이치카에겐 손 대지 않은 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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