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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 CROSS OF STORY (유희왕과 IS의 X-OVER 팬픽)/2부 CROSS AFTER 完

7화

by 카이곤 2023. 5. 22.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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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결론만 추려서 말해보자면."

언제 울었냐는듯, 평소보다 눈초리가 올라간 모습인 호키를 중심으로 어느새 소식듣고 달려온 링까지 합세한 Lovers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이치카가 움찔한다.

"상품 이야기를 취소시키기 위해 승부를 걸었다가 졌고, 그 결과 넌 한동안 학생회장의 말을 들어야되는 처지라고?"

"…네."

이런 상황이니 이치카의 입에선 존댓말이 나와버린다.

"바보놈. 함부로 약속같은건 하는게 아니다!"

"미, 미안!"

요즘 치후유에게 교육받아서 일까, 화를 내는 호키의 모습에 치후유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자기 몸 간수하기도 힘든 호키 씨를 울린 것도 모자라서 화까지 내게 만들다니…"

"자, 잘못했어! 이제 그만 용서해줘!"

"그래그래. 내가 달라붙었을 뿐이고. 슬슬 이치카는 용서해줘도 좋지 않을까?"

어느새 다시 교복차림으로 돌아온 타테나시가 이치카를 변호한다.
그런 회장의 모습에 가늘어진 눈을 뜰 기색이 안 보이는 호키가 타테나시를 노려본다.

"회장도 회장입니다. 저희와 이치카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면서 일부러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도데체."

"으음~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나도 부탁 받았으니까."

"하아…?"

"이치카를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중요한 사람`한테 부탁받아서 말이야."

"중요한 사람? 도데체 누구한테 말입니까?"

"나야."

들어본지 오래된 것 같은 목소리와 함께 남자 기숙사와 연결된, 지금은 쓰지 않는 D휠 전용 차고의 문이 열린다.

"이치카. 예전에도 몇번이나 말했지만. 차고 문은 잠가두라고. 그러니까 타테나시 선배가 들어오잖아."

『유세이!!』

"와~ 유세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정말로 오랜만에 재회한 것 처럼.
양 손에 짐을 가득 가지고 온 유세이를 모두가 반겨왔다.
*****

7화-고양이가 데레할 때

*****
"우하~유세이분이 회복된다~"

"…무슨 에너지인가요, 그건."

"나 안 보고 싶었어?"

"글쎄요."

"우와 차가워?!"

"한동안 북극쪽에 있었으니 차가울수밖에요. 자, 선물입니다."

"어…? 뭐야 이건?"

"북극에서 얻어온 얼음입니다. 머리 좀 식히시죠."

"아훅?!"

제법 큰 얼음 덩어리를 단숨에 타테나시의 머리 위로 올린 유세이는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이치카들에게 제대로 재회의 인사를 건낸다.

"그간 잘 지냈어?"

"아, 응."

"…저기 그런데, 학생회장이랑 언제부터 알고 지낸거야?"

너무나도 능숙하게 타테나시의 바보짓을 딴죽으로 받아넘기는 유세이의 모습을 처음 본 이치카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군…, 임해학교 이후 7월달이니까…여름방학때네."

"처음만난 그때는 정말로 뜨거운 밤을 보냈지~"

『어…?』

"뜨거워지는 듀얼이었겠죠."

『역시나』

그 유세이가 여자와 이렇게 저렇게 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언니가 하소연 할 정도니…'

이치카의 둔감보다 더 심한 유세이의 둔감을 간접적으로 듣고 있는 호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뭐, 여기까지의 장난은 덤이고."

"이치카를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던 일에 대해서는 내가 해명해줄게."

진지해진 분위기에 이치카들의 허리가 똑바로 세워진다.

"우선, 망국기업에 대해서 알고 있어?"

"…팬텀 태스크인가."

유세이의 말에 라우라가 눈가를 찡그린다.

"팬텀 태스크?"

"기업이라는 이름이지만, 실체는 목적을 알 수 없는 비밀결사다."

조직명만은 들어서 알고 있다. 라고 라우라가 부연 설명을 한다.

"그 조직은 제2차 세계대전중에 설립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50년도 넘었네."

"사라시키 가문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조직 내부는 경영방침을 정하는 간부회와 실동부대 두 개로 나눠져있어."

"…그런데 여기서 그런 비밀결사의 이야기가 왜…?"

"아직 정확한 정보는 없어서 확답은 못하겠지만, 호키의 정보멀미 증상엔 그 녀석들이 관련되어 있을수도 있어."

"뭐…?!"

"그렇다는 이야기는, 호키의 아카츠바키에 바이러스를 인스톨 시켰다는 이야기인가?!"

라우라의 추측에 유세이와 타테나시를 제외한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도 그럴것이 시노노노 타바네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최초의 본격적인 제4세대 IS인 아카츠바키에 바이러스를 인스톨 시킨다는 대담한 짓을 했다는 것이 너무도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시노노노 타바네가 직접 제작한 4세대 기체의 방화벽을 뚫고 바이러스를 인스톨 시킬 정도라니…, 생각했던 것 이상의 조직인 것 같군."

"방법과 과정은 모르겠고, 그것이 정말로 바이러스인지에 대해선 아직 불투명하지만. 어쨌든 그로인해 호키는 아카츠바키에 탑승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어."

모두의 시선이 잠시 생머리 상태의 호키에게로 모인다.

"그리고 그게 녀석들이 노리는 바야."

"노려?"

"망국기업의 행보를 조사하고 있던 도중 알아낸 사실인데. 최근 녀석들은 IS를 강탈하고 있어."

"IS를 강탈한다고…?!"

"물론 양산기가 아니라, 정식 파일럿을 기다리는 제3세대형 시작기와 제2세대 후반기야."

"…!!"

"…아크 크레이들 사건 이후, IS의 발전 방향은 우주 개발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지. 하지만 아직도 수면 아래에서는 지금까지의 전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국가가 병기로서 IS를 개발하고 있지."

"그리고 그 수면 아래를 주시하고 있던 망국기업은 수면 아래라고 방심하고 있던 이들에게서 IS를 강탈하고 있어. 현재까지 강탈된 IS 본체 프레임의 숫자는 20여기. 그리고 코어의 수는 7기."

"그렇게나?!"

현재의 IS 코어의 숫자를 생각해보자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리고 강탈당한 IS엔…영국에서 제조 중이던 BT병기 2호기인 사일런트 제피루스와."

"…!"

"독일 특수부대, 검은 토끼부대의 슈바르체어 쯔바이크가 있다."

"뭐라고?!"

예상못한 유세이의 말에 세실리아와 라우라의 눈이 크게 떠진다.

"클라리사가 당했다는건가…! 그 녀석들, 어째서 보고를…!"

"어떻게든 자신들의 손으로 해볼려고 했던 모양이다. 도중에 내가 만나서 그러려는 것을 제지했고 그 보고는 내가 직접 이렇게 해주기로 했지."

"못난 놈들…"

혀를 차면서, 들리지 않게 독일어로 뭐라고 자신의 부대원들을 향해 욕을 한 라우라였지만, 그런 라우라의 어조에선 부대원들의 걱정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녀석들의 행보를 볼 때, 녀석들은 현재 제작이 완료된 3세대 기체를 노리고 있어. 그리고."

"이제는 4세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지. 그래서 그 물밑 작업으로 호키를 노린거야."

"…호키는 지금 아카츠바키에 탈 수 없고…"

"아카츠바키는 호키의 손에서 떨어진 상태니까…"

"손 쉽게 얻을 수 있겠군."

"그리고 덤으로 다른 IS도 말이야."

『……』

나라의 중요시설에 침입해서, 그리고 특수부대에 침투해서 IS를 강탈해낸 조직이다.
아직 미숙한 IS 조종사가 많은 IS 학원이라면, 그보다 손 쉽게 IS를 강탈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타테나시 선배에게 부탁해서 이치카를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했던거야."

"현재 망국기업이 작정하고 올 경우, 그들과 싸울 수 있는 스펙을 가진 이는 이치카밖에 없어."

"에, 자, 잠깐 어째서?"

"뱌쿠시키 세츠라는 스펙면에서 보자면 1:1에서도, 1:多에서도 밀리지 않아."

"출력의 문제는 비상시 출력 리미트 해제로 해결이 가능하다치고."

"네가 오른 경지, 클리어 마인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대처도 가능해. 다만…"

"IS 실력이 다른 애들에 비해 상당히 낮았어. 그래서 유세이가 나한테 부탁을 해온거야."

"물론 정식으로 훈련을 받은, 이치카 이외의 애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좋았겠지만. 망국기업의 행보를 볼 때, 2세대와 3세대 기체를 가진 애들은 위험하다고 판단했어."

"거기다 다들 어느 특정부분을 강화한 특화 기체니까. 범용성 부족으로 당할 여지도 많았고."

"…그런 이유가 있었던건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세계적으로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에 이치카들은 놀라고 있었다.

"…ZONE의 경고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잘못은 반복되려고하고 있어."

"하지만, 그 경고는 우리들의 가슴에 새겨져있어. 그러니까, 우리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돼."

─싱크로 소환과 모멘트와 IS. 이들로 인해 세계가 멸망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게 만들지 않는다. 그것이 ZONE에게 받은 부탁이자, ZONE이 맡긴 우리들의 미래다.

"…팬턴 태스크, 망국기업인가…. 어? 잠깐만?"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이치카가 입을 연다.

"그런데 어째서 그 녀석들이 이제서야…"

─IS를 강탈할 수 있을 시기였다면 지금보다, 이전이 더 쉬웠을터다.

아크 크레이들의 강림이라는 큰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라면 모멘트도 기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탈이 더 순조로웠을터다.
지금의 경우, 타바네가 일리아스텔에게 쫓기는 입장이 아니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IS에 문제가 생긴다면 즉각적으로 반응할테고, 지금은 또 IS의 아버지로 공표된 유세이까지 있다.
실제로 IS 강탈이라는 민감한 내용 때문에 타바네와 유세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망국기업은 어째서 이제서야,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짝이 없는 지금 시점에서 IS 강탈을 시작한 것일까?

"이제서야니까."

유세이가 쓴웃음을 머금는다.

"그 당시 망국기업에게 있어서 일리아스텔의 존재는 넘을 수 없는 벽이자, 엄청난 장애물이었지."

"IS의 존재자체를 말살시키려던 일리아스텔이었던 만큼, 망국기업은 IS로 일리아스텔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을거야."

"그렇기 때문에 지금을 기다렸다…?"

"현재까지의 추측은. 그렇지 않고서야 일리아스텔이 무너진 직후, 이렇게 활동을 벌일 이유가 없을테니까."

"즉, 시노노노 타바네 박사와 유세이가 조치를 취하기 전에 가능한한 많은 IS를 강탈해내겠다는 속셈이야."

"엄청 기회주의자들이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하지."

뭐 서론은 여기까지로 하고, 그렇게 망국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접은 유세이가 본론을 꺼내든다.

"내가 오늘 IS 학원으로 돌아온 이유도 그에 대한 대처를 위해서야. 그래서 우선 호키와 이치카, 샤를로트. 너희 셋은 내일 나와 함께 D-시리즈의 인스톨과 라팔 엘르의 최종 피팅을 하게될거야."

"D-시리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부터 해줄게. …그러면."

중요한 문제는 일단락했다는듯 유세이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일단, 조금 쉬어야겠는데…"

"…응? 왜 거기서 나를 보는거야?"

"나가주세요, 선배."

"어째서?! 남여 비율이 2:2. 딱 맞잖아?! 4인실이고?! 여기서 나가라고하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겠어!"

그대로 대(大)자로 뻗으며 팔과 다리를 아둥바둥하면서 완강하게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 어린애같은 모습을 보이는 타테나시의 모습에 모두가 어이를 상실한 표정이 된다.

"…어쩔 수 없나…"

"금새 포기하는거야?!"

"이치카. 너는 모르겠지만 회장의 고집은 여간내기가 아니야. 거기다 IS 학원 최강이 발버둥치는거…막을 수 있겠어?"

"…그거 무리네."

"내가 타테나시 선배가 날뛰지 않도록 할테니까. 오늘만 봐줘."

"끙, 어쩔 수 없나…"

이치카는 머리를 긁적이며 호키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같은 방에서 지내는 입장이니 동거인의 허락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세이도 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난 괜찮아."

"뭐, 이치카씨 혼자 있는게 아니라면 딱히 문제는 없겠네요."

"유세이가 함께니까."

"유세이라면 믿을 수 있지."

"확실히 그렇지."

"어째서 유세이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높은거야?!"

*****

그리고 그 날밤.
하루종일 타테나시에게 휘둘려 피곤했을 이치카와 아직 휴우증이 남아있는 호키를 방에 놔두고, 유세이와 타테나시는 방 밖으로 나와있었다.

"…망국기업은 일리아스텔처럼 초 기술을 가진 집단은 아니지만, 어지간히도 성가신 집단이야. 거기다 일리아스텔처럼 봐주는 경우도 없을거고."

"그렇겠죠."

"그렇기 때문에 역이용한다, 라는 거지?"

"…녀석들은 분명 축제때를 노려서 올겁니다."

"네오 도미노 시티에서 3일씩이나 열릴 예정이니까. 경비가 심한 IS 학원에 침입하는 것보다 더 쉽게 접근이 가능하겠지."

"우선 순위가 높은건 역시…"

"뱌쿠시키지. 아카츠바키를 우선적으로 노려서 호키의 손에서 떨어뜨린걸 보면 4세대를 노리고 있어."

"녀석들이 무슨 수로 IS를 강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조치는 전부 해두는게 좋겠어요."

"응. 사라시키 가문의 17대 당주로서 협력을 아끼지 않을게. 영웅씨?"

"그렇게 불리는건 좀 그런데요."

애매한 웃음을 짓는 유세이를 바라보며 타테나시가 그 나이 또래의 소녀처럼 웃음을 보인다.

"그러면, 내일부터 내 일정은 어떻게 할까?"

"D-시리즈의 인스톨이 끝나면 이치카의 훈련을 부탁드릴게요."

"아, 그러고보니 그 D-시리즈라는건 뭐야? 미리 알려줄수는 없어?"

"…쉽게 말하자면 우주로 진출했을때를 가정해서 제가 제작한 우주 지형 탐사용 프로그램 및 툴(TOOL)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호오? 그러니까 우주용 장비란 말이지?"

"망국기업에 대비하기 위해서 모양은 예정했던 것에서 어긋나긴 했지만요."

"그럼 기대해볼까나. 유세이의 D-시리즈로 강화될 이치카를."

"…글세요. 딱히 강해지는 장비는 아닌데 말이죠."

의미심장한 유세이의 웃음에, 타테나시도 웃음으로 답했다.

*****

"…흐음. 안 본 사이에 더 목석같이 변했잖아."

시시하네─
타테나시는 모두가 잠든 밤, 유세이의 이불 속에 침투하며 심술을 부리듯 유세이의 등을 톡톡하고 건드린다.
물론 반응은 없다.

"하아…"

─솔직하게 말하자면, 타테나시는 유세이에게 매우 흥미가 있다. 남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첫 만남은 장난 겸, 일리아스텔과 맞서고 있는 시그너의 힘을 알아보기 위해서 듀얼을 신청했을 때였다.
그 당시, 분명 자신이 흐름을 쥐고, 그 흐름을 통해 자신의 속을 알 수 없게 만들었을터인데. 유세이는 단번에 그 흐름을, 자신의 속을 꿰뚫었다.

─처음이었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펼친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분위기`를 꿰뚫은 그 눈은.

그래서 장난반 시험반이던 듀얼에 조금 힘이 들어가고 말아 네크로스까지 꺼내들어 완전히 분위기를 압도시켰다. 흐름을 자신쪽으로 완전히 기울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 `흐름`을.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며 자신의 주특기인 `리듬의 공백`을 이용하는 `무박자`의 분위기를 단숨에 엎어버렸다.

아니 엎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흐름위로 자신의 흐름을 겹쳤다.

─무박자인 리듬의 위로 자신의 리듬을 겹쳐 흐름을 탄다.

이것은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의, 분위기의, 리듬의 흔들림이 없어야 가능하다.

─이것이, 클리어 마인드.

흐름에 지배당하지 않고, 흐름을 타고나아가며 자신이 정한 길을 나아가고, 인도하는 남자.

─자신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그 남자에게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아~ 소녀같은 마음은 평생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일부러 유세이의 몸을 껴안고 등에 볼을 부비부비해본다.
여전히 깨어나지도 않고 미동도 없다. 가슴으로 꾹꾹 눌러봐도 마찬가지.
어지간히도 목석, 아니 철석이 되어 돌아왔다.

"후후후, 그래도 이래야 보람이 있지."

─장애가 없는 연애는 심심할 뿐이다.

─타테나시라는 이름인 이상, 유세이의 방패(둔감)를 깨부숴버릴테다.

그렇게, 이치카와 호키는 안중에도 없이 유세이의 이불 속에 숨어든 타테나시는 한동안 계속 달라붙어있었다.

*****

─후후후 도둑고양이 같은 년. 치쨩이라면 몰라도 어디서 굴러다 먹던 뼈다귀가 유세이한테 달라붙는거야.

─후후후 먼저 붙는게 임자죠. 딱 제 스타일이라고요? 그러니 인정해주시고 시어머니.

─미안하지만 나도 어머니 노릇하는건 포기하기로 했어. 본격적으로 러브러브하고 싶다고! 출현이 없단말이야! 어떻게 된게 듀얼 비중이 높아서 내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고!

─그러면 매드 이미지 버리고 평범하게 나오시죠?

─그러면 내 캐릭터 자체가 없어지잖아! 이 요망한!

─핫! 장애물이 많을수록 불타오르죠! 오세요, 시어머니!

─…뭐하는 짓이냐 네놈들은! 당장 안 나가냐!

─핫! 이 상황에서 치쨩이라고?!

─오리무라 선생님…강적이 나왔군요.

─당장 유세이한테서 떨어져라.

─이야~ 싫다, 치쨩. 부러우면 같이하면 되는데.

─…훗, 부럽다고? 아쉽지만 너희들과는 달리 난 그다지 부럽지 않군.

─뭣…?! 설마 치쨩?!

─이럴수가?! 의외의 복병이 가까이 있었다고?!

─그러니 떨어져라.

─…이렇게 된 이상 더 떨어질 수 없지! 저항하겠어 치쨩!

─오시죠!

─어리석은…각오하는게 좋다. 네녀석들!

*****

"…………뭔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은데…"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지 못한 유세이가 머리를 감싸며 상체를 일으킨다.

"……도데체 내가 자고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어째서 자신의 침대에 타테나시는 둘째치고, 타바네 누나까지 포함해서 치후유 누나까지 있는 것일까.

지난 밤에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길이 없는 유세이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

"…이게 D-시리즈?"

뱌쿠시키 세츠라에 탑승한 이치카는 자신의 머리를 감싼, 뒤로 누인 뿔이 달린 헬멧의 정보를 살피며 입을 연다.

"그래. D-시리즈의 1번기. 형식번호 DS-01이야. 이름은 일단, 가칭으로 D-헤드지만."

"으음…이거 뭐가 더 좋아지는거야?"

"뇌로의 시각 신호의 전달 속도를 비약적으로 고속화시켜서 초고속 전투에서 꼭 필요한 반사신경을 향상시켜줘. 너, 그런부분에선 세츠라한테 너무 의지하니깐 말이지."

[-맞습니다. 언제나 유사시를 대비해야 되는 입장에서 저에게 너무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요.-]

"끙…그러면 이걸 장착하면 세츠라의 도움이 없어도 반사신경이 향상되는건가?"

"그렇게도 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너와 세츠라가 동조할 경우 비약적으로 반사신경이 상승하겠지. …물론 그것을 따라갈 육체가 된다면."

"윽…빛 좋은 개살구잖아."

"IS와 완전히 동조할 수 있게 된다면 문제는 없어."

"그게 말처럼 쉽냐고."

뱌쿠시키의 제 2차 형태까지 온 이치카가 이 이상으로 무슨 동조를 더 이룬단 말인가?

"뭐, 일단 이론이니까 새겨들어. 나중에 임기응변으로 쓸 수 있을지 누가 알아?"

[-그렇군요. 제가 기억해두겠습니다.-]

"좋아 됐어. 머리를 움직여봐. 안 불편해?"

"응, 괜찮아."

바이저가 내려진 헬멧이 시야를 어느정도 가리고 있지만, 그 부분은 향상된 하이퍼 센서에 의해 보조되고 있어 문제는 없다.

"그거라면 캐논볼 패스트에서의 초고속 기동에서도 문제는 없을거다. 단, 작동 한계시간은 10분이다."

"엑?"

"현재의 너한테는 뇌에 무리가 너무가서 그 이상은 위험해."

"…비밀병기라는 느낌이네."

"그 말대로지. 그럼 이제 타테나시 선배한테 가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끄응…오늘부터 고생인가…"

*****

이치카를 보낸 뒤, 유세이는 이번엔 샤를로트의 IS의 최종 피팅 작업에 돌입했다.

"이게 라팔 엘르구나."

자신의 몸을 감싼 황색의 라팔, 아니 라팔의 모습을 한 새로운 3세대 기체의 모습에 샤를로트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중에 알게되겠지만, 확장 영역(이퀄라이저)은 라팔 리바이브 커스텀II보다 2/3 정도 낮아져있어. 다만 기체 자체에 내장된 무장이 그걸 커버할 수 있지."

"뭐… 유세이가 만들었으니, 애초에 전투용으로 개발한건 아닐테니깐."

"응. 그리고 래피드 스위치에 대응하는 새로운 양자 계산 수식이 적용되어 있어. 이건 매뉴얼을 줄테니까, 천천히 알아봐."

"알겠어."

"라팔 엘르의 최대 특징은 DS-04, D(드래곤)-윙에 있어."

유세이가 라팔 엘르의 등 뒤에 백팩 형식으로 장착된 2쌍의 대형 추진날개에 대한 데이터를 홀로그램 화면으로 띄운다.

"드래곤 윙은 어떠한 공중 기동이라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라팔 엘르의 중심이야. 최대 속도, 최대 선회각도등, 비행에 관련된 능력이라면 뱌쿠시키 세츠라와 아카츠바키의 비행능력을 능가해."

"…굳이 3세대일 이유가 있는거야?"

"출력 리미트 상태라면 4세대보다 3세대가 에너지 효율이 더 좋아."

"그래?"

피팅 작업을 계속하는 유세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짧게 대답한 샤를로트는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라팔 엘르의 정보를 살핀다.

─드래곤 윙. 라팔 엘르의 중심. 이건 대충 정보를 봐도 날기 위한 날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장 영역. 자신의 애기체였던 리바이브보다 줄어있지만, 래피드 스위치에 대응하여 설정된 새로운 수식이 그것을 커버해줄 것 같다.

─실드 피어스. 전보다 대형화 되어 있고 이름도 과격한 `리볼빙 벙커`로 바뀌어 있다. 정보를 보아하니 그레이 스케일과 같은 감각으로 썼다간 팔이 날아갈지도 모르겠다.

─실체형 블레이드. 날개에 감춰진 칼날. 근접전은 자신은 없지만 호신용으로는 문제 없을 것 같다.

'무난한 기체네.'

효율을 위해 3세대로 했다라는 유세이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타이트하게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IS의 기초 프레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자, 상당한 G에서도 버틸 수 있게 되어 있고 코어와 모멘트에서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바이패스의 연결도 잘 잡혀있다.
요컨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으면서 범용성이 뛰어난, 유세이의 성향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IS라는 것이다.

'응?'

그렇게 기체의 정보를 확인하고 있던 도중, 사용자 억세스 불가라는 문구가 샤를로트의 눈 앞에 떠오른다.

'뭔가 락이 걸려있어? 뭐지 이건?'

"아, 그건 신경쓰지마. 일종의 보험이거든."

"보험?"

"…쓰게될 일이 없길 바라는 보험."

"…?"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유세이가 달갑지 않아하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샤를로트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좋아 끝났어. 한번 날아봐."

"응."

*****

"…아카츠바키는 섯부르게 건드리는건 좋지 않겠군."

아카츠바키의 상태를 확인해본 유세이는 살짝 얼굴을 찡그린다.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건드리기 힘든 부류인 악성 프로그램이다.

"…못 풀건 없지만. 이왕 하는김에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보험을 심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일단은 상황만 확인한채로 유세이는 대기상태의 아카츠바키를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는다.

"이제 가볼거야?"

언제나 처럼 갑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낸 타테나시가 기기를 정리하고 있는 유세이에게 다가온다.

"그래야죠."

"덤이 많구나."

"어쩔수 없죠. `이것`만큼은 제 운명이니까요."

"…그러네."

확실히 `이것`만큼은 유세이의 말에 장난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럼 가보죠."

"응."

두 사람은 발길을 옮긴다.

─IS 학원의 지하에 위치한 구 모멘트.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
그리고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될 장소로.


*****

"……"

─불타고 있다.

무너진 공장시설과 무너진 빌딩. 그리고 무너진 저택이 불타고 있다. 화염이 치솟고 있다.
간간히 살이 타는 냄새와 역겨운 냄새가 나는걸 볼 때, 사망자도 있는 모양이었다.

무너진 이 곳의 이름은, 프랑스의 IS 개발사이자, 전세계적으로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라팔 리바이브의 제작사인 뒤누아사였다.

"호오? 잘도 끝내놨군. 굳이 지원올 필요도 없었어."

어둑해진 밤 하늘이 붉은 연기와 화염에 의해 붉어진 그 아래에서, 다리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를 입고 태연하게 서있던 소녀를 향해 뱀을 연상시키는 날카로운 눈동자의 여성이 다가온다.

"그나저나 이렇게 부숴놔선 국가 전용기도 박살났겠는걸."

"…문제 없어. 그거라면 내가 회수했으니까."

소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주홍색의 네클리스 톱을 들어올린다.

"쳇, 더더욱 내가 온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네. 아아~ 스콜이랑 오붓한 밤을 보내고 싶었는데."

"……"

"뭐 됐어. 그럼 난 보고하러 돌아갈테니 다음 곳도 털고와라."

"…알았어."

여성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며 소녀는 불타고 있는 뒤누아사를 걷기 시작한다.
소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불에 타고 있는 사람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지만, 소녀의 눈동자엔 어떠한 변화조차 없다.

"…이제 남은건."

그렇게 주변의 광경을 새겨넣고 있던 소녀는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서 반쯤 타바려서 망가진 장난감 로봇을 꺼내들어 소중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샤를로트 뒤누아, 단 한명."

샤를로트의 이름을 입에 담은 소녀의 어조엔 깊은 증오와 혐오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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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유세이 드디어 등장!
원작 이후이고, 본작의 설정이 가미되어 명실상부한 최강 공돌이 중 하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유희왕DM의 흑역사 캐릭터가 TS로 등장(...)
뭐 애니판 DM을 보신분이라면 누군지 아실듯.

다음편은...슬슬 축제로 돌입해볼까요. 나노하3기도 아니고 캐논볼 훈련하는건 보여줄 필요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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