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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 CROSS OF STORY (유희왕과 IS의 X-OVER 팬픽)/2부 CROSS AFTER 完

9화

by 카이곤 2023. 6. 3.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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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국엔 저녁시간인가…"

결국 해가 지는 저녁까지 계속된 듀얼은 전(全) `팀 IS`의 승리.
'내일도 계속되니 많은 참가 바랍니다~'라면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봉사 카페 무료 이용권을 나눠준 노호혼씨 일행에 의해 참가자와 구경꾼들이 흩어졌고, 오늘 하루동안 듀얼을 계속해야 했던 5명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나머지 일등은 클래스 메이트들에게 맡긴 후, 간이로 마련된 휴게실에서 피곤한 몸을 뉘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늦네. 역시 피곤한가?"

그러나 축제, 그것도 저녁시간대의 축제의 화려함을 그녀들이 놓칠리가 없었다.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킨 그녀들은 마지막 승부(가위 바위 보)를 통해 오늘 저녁시간대에 이치카와 데이트를 나갈 사람을 뽑게 되었고, 그 결과 오늘 첫번째로 이치카와 데이트를 하게 된 그녀는─

"…으음, 전화라도 걸어볼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단축번호를 누르려던 이치카의 눈앞이 갑자기 캄캄해졌다.

"누~구~게~♪"

"………어?"

갑작스러운 상황과 낯익은 목소리에 이치카가 당황한다.
분명 자신의 눈 앞을 가리고 있는 것은 따뜻하면서 자신보다는 작은 손.
일전의 타테나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가 낯익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에, 그…"

"네입. 타임종료."

눈 앞을 가리고 있던 따뜻한 손이 떨어지자, 이치카는 곧바로 뒤로 몸을 돌린다.
그리고.

"기다렸지~♪"

─눈 앞에 있는 것은 낯익은 목소리와는 다른 낯선 소녀였다.
일단 좀 작다. 물론 자신이 알고 있는 단신인 노호혼씨보다는 크지만, 그래도 조금 작은 편이다. 콤팩트하다라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목구비는 갈색빛이 도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과 단정하면서 귀여운 얼굴로 인해 어려보이는 것과 달리 청초해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얼굴엔 웃음기가 있어 청초해보인다기 보단 귀엽다라는 인상이 더 강하다.
입고 있는 옷은 분홍빛이 도는 자주색 원피스와 그 아래로는 다리에 달라붙는 청색의 칠부바지. 귀여운 외모와 상당히 어울리는 의상이다.
어쨌든, 이렇게 귀엽게 보이며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한 소녀를 이치카는 모른다.

"…누구?"

"야이!"

퍼억!!
모르는 여자에게서 사상최강의 로우킥을 정통을 맞았다.

"으갸악?!"

"모처럼 기분냈는데, 어떻게 못 알아 볼수가 있어?!"

귀여운 외모를 잔뜩 분노로 일그러뜨리며 소녀가 으르렁대기 시작한다.

"누, 누구야 대체?!"

"나야! 나!"

"나야, 나 사기?!"

"에이잇!! 이거면 알겠냐!"

소녀는 신경질을 부리며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머리 양쪽으로 잡아 올린다.
그러자 드러난 얼굴은─

"에에에에엑?! 링이냐?!"

"뭐가 링이냐야?! 전혀 못 알아본거냐 진짜?!"

"머리를 내리니깐 전혀 못 알아 보겠잖아…"

정말로 놀랐다. 평소의 머리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전혀 링인지 몰라보았다.

"흥, 머리내린 호키는 잘 알아보면서 말이지. 나한텐 관심이 없는거 아냐?"

"아, 아니. 호키야 예전에도 봤었고…. 네 경우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니까."

나오는 말이야, 그렇지만.

'우와… 링이 이렇게 귀여웠었나…'

중학교 때도 못 본 링의 다른 모습에 이치카는 자신도 모르게,

"…링."

"응?"

"귀여워."

무심코 생각하고 있던 것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

그런 이치카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동안 아무말도 없던 링은.

"…흥. 이제 알아봤냐."

이치카를 바라보고 있던 얼굴을 돌리며 짧게 혀를 찼다.
그러나 그것도 단순히 말 뿐으로, 얼굴을 본다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상당히 붉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링은 자신의 손으로 곁에 있는 이치카의 손을 살짝 건드렸고. 이정도의 신호는 알아들을 수 있게된 이치카는 웃으면서 링의 손에 자신의 손을 엮어 잡아주었다.

"…딱히 손 잡아달라고 말은 안 했거든."

"내가 잡고 싶어서 잡은건데 뭘."

"…멋대로 잡은건 오늘이니까 봐주는거야."

"응. 그러면 가볼까. 슬슬 배고프지?"

"데이트하면서 밥 이야기부터 하는게 어딨냐, 바보야."

*****

"…후우. 축제는 역시 해가 진 후가 좋군."

"대낮에 술을 마시기엔 이미지도 있고."

"비꼬는거냐?"

"그럴리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데이트 나가는 이치카와 링을 바라보며, 메이드복을 갈아입지 않은 상태로 치후유가 카페에서 사용하다 남은 재료로 만든 안주(유세이가 만들었다)를 씹으며 캔 맥주를 마신다.

"그나저나 의외네. 난 치후유 누나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로 치후유의 옆에 아무렇게 앉은 뒤, 안주를 만드는김에 자신의 몫으로 만든 음식을 먹던 유세이가 IS 학원의 축제로 인해 축제장이 된 도심지로 향하는 이치카와 링을 바라본다.

"흥. 저녀석들의 교제는 어쩔 수 없으니 말이지. 그 바보 동생녀석이 스스로 책임진다고 했고."

"…정말로 예상외인데. 치후유 누나라면 이치카가 그런 말을 했어도 한대 때릴 것 같고. 설사 인정했더라도, 철저하게 시누이 한명 가려낼 것 같았는데 말이야."

"……남말할 처지가 아니게 되었으니 말이야."

"응?"

"아무것도 아니다."

술 때문인지 붉어진 얼굴로 흥미를 잃었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치후유는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

9화-축제 데이트

*****
"아직 복구가 덜 되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괜찮은 모양이네."

아크 크레이들 사건의 중심지였던 네오 도미노 시티는 그 당시와 비교해서 많이 복구되었지만, 아직도 파괴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축제의 활기가 도움이 된 모양이지."

그래도 오늘은 IS 학원의 축제의 열기가 그대로 전염이 되었는지 그러한 흔적과 달리 예전과 같은 활기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여기서 연걸까. 타테나시 선배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추측 밖에 할 수 없다.

"솔직히 그런 타입은 영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걸 노리고 했다고 솔직하게 잘 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

"그러게."

"…그나저나, 데이트에 왜 다른 여자 이름이 나오는거야?! 에잇! 여기선 내가 앞장 서겠어!"

"우왓?! 자, 잠깐! 링! 너 여기 지형은 모르잖아?!"

*****

"……"

따분하고 지긋지긋한 분위기다.

"지겨워."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 살아있다라는 것을 만족할 수 있지.

─…`사신`이라는 남자가 할 소리가 아니잖아?

─훗. 사신이라고 해도 만족은 중요한거다.


"…지겨워."

먼 옛날의 기억처럼 색이 바랜 그 날의 일을 떠올리며 걷고 있던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소녀는 문득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녀석은…"


"그러니까 먼저가지 말라니깐. 길 잃어버렸잖아."

"우으으…"

"…흐음, 다행히 이쪽은 내가 유세이랑 몇번 와본 곳이네. 좋아 그럼 이쪽으로 가자."

"어, 어? 어디로 가는거야?"

"이곳에 꽤 괜찮은 맛집이 있거든. 너도 만족할거야."


"…만족, 이라…."

알고 있는 얼굴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단어에 소녀는 반응한다.

"…이런."

무심코 고개를 너무 들었다는 것을 깨닿고 후두를 더욱 깊게 눌러쓰며 고개를 내린다.
하지만, 지루해하던 표정은 어느새 즐거운 듯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지긋지긋한 분위기도 이제 곧 끝이겠군."

*****

"어때?"

"나쁘지 않네. 그나저나 데이트 음식이 규동이라니. 센스 없어, 너."

"아하하…"

링의 면박에 다른 말을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센스가 꽝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맛은 있었으니 봐주겠어. 어차피 이치카고."

"어차피가 뭐야 어차피가."

"…그리고."

"응?"

"…이렇게 둘이서 제대로 다닌건 처음이니까."

"아…, 그러네."

링의 그 말에 이치카는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떠올려 보면, 링은 과거부터 자신과 데이트하려고 표를 구해서 자신에게 팔는 식으로 어프로치를 계속 해왔었다.
최근 1개월 전쯤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링은 자신에게 어프로치를 해왔었다.
하지만.
호키와의 크로스 억세스, 그리고 클리어 마인드에 도달한 것을 계기로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에 대해선 깨달았지만, 부모에게 버림 받은 이후 `진심이라는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던 이치카로서는 그것은 상당한 공포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때 상황도 상황이었지만, 거의 의도적으로 링과의 단둘이서의 데이트를 회피했었다.

이야기를 다시 돌리자면.
링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어프로치를 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링 본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때까지 링의 가게에서 밥을 얻어먹던 시절.
링의 부모님의 호의로 링의 가게에서 공짜로 밥을 얻어먹던 것은 좋았지만, 그래도 돈을 내고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에 굳이 돈을 내면서 평범하게 사먹는 자신을 보고 공짜로는 받지 않으려고 하는 자신의 성격에 맞게 계획을 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 당시도 꼭 자신에게 일이 있거나, 혹은 링에게 일이 있어 제대로 같이 나가거나 놀거나 한 적은 없었다.

즉,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평범하게 연인처럼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은 링이나 이치카에게 있어선 생전 처음이라는 것이다.

"…처음은 처음이니까. 이렇게 넘어가지만."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진 하늘 아래로. 마치 플라네타리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도시의 거리를 내딛으며 링은 웃었다.

"나중에 데이트할 땐 제대로 준비해야돼?"

"응. …그러면 내가 준비한 마지막을 해볼까?"

"응? 뭐야 준비한게 있었어? 그러면 했어야─"

어둡지만 반짝거리는 도심지 한 가운데에서, 두 사람의 시간이 멈췄다.

"……"

"……"

그리고 그렇게 잠시 두 사람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고,

"무, 뭘 하는거얏?!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붉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물러선 링이 당혹해하며 외친다.

"뭐 어때."

그에반해 똑같은 얼굴이지만, 담담한 모습으로 이치카가 링의 외침에 응수한다.

"말도 안돼…, 둔감이 철면피가 됐어…. 내일부터 어떻게 얼굴 어떻게 들고다니냐고…"

"나쁠거 없잖아?"

"난 너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길거리에서 키, 키스는 부끄러워서 죽어도 못 해!"

"그래도 좋았지?"

"읏…. 이 바보바보바보!"

링이 주먹을 쥐고 이치카의 가슴을 때린다. 강하게 때리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토닥토닥거리는 정도지만.

"저기 링…, 어째 이게 더 부끄러운데…"

"으걋?!"

키스때보다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링은 결국 한계를 넘어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에서 김을 피어올리고 말았다.

"하우하우…"

"하하하…"

그런 링이 귀여워진 이치카는 다시 과감하게, 그렇지만 조금은 자중하며 링의 이마에 작게 입을 맞추었다.

"전혀 자중하지 않잖아, 너!"

그 직후 곧바로 링의 로우킥이 이치카의 정강이에 작렬했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그건 그렇고."

취한듯 얼굴이 붉어져있지만, 그래도 혀가 꼬인 발음은 아닌 치후유가 옆에 앉아있던 유세이를 바라본다.

"대답은 언제 해줄거냐?"

"…윽."

치후유의 말에 떠올라버리고 말았다.


─어른이 된 너에게 선물이다.

─대답은 돌아와서 듣지.



"그래서 대답은?"

"에, 저기. 취한 것 같으니까. 내일쯤…"

"도망치지 말고 제대로 해라."

치후유의 손이 도망치려 일어서던 유세이의 뒷덜미를 잡아 해드록을 걸듯 자신의 품으로 끌어앉는다.
후두부에 부드러운 느낌이 났지만 유세이는 애써무시했다.

"…취해있는거지?"

"안 취했어. ……딸꾹."

"역시 취해있잖아…"

주변에 굴러다니는 맥주캔의 수를 보고 유세이는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다.
도망 못 칠것도 없지만, 이렇게 취해버린 치후유를 혼자두고 가는 것은 못할 짓이니까.

"그래서, 대답은?"

메이드복에서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술믈 마시기 시작해서 일까. 본래가 일상복이 아니라서 맞지 않았던 탓일까.
치후유가 걸치고 있던 메이드복은 어깨부분이 조금 흘러내린데다가 스커트 부분이 조금 말려 올라가있어, 칠칠맞지 못 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선정적이었다.
거기다 술에 취한 치후유의 얼굴이 붉어져 있어 그러한 점이 더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안될까?"

"안돼."

단호하게 퇴로를 차단시킨다.

"다시 돌아오면 대답을 듣겠다고 했을텐데?"

"……에, 그…"

유세이답지 주저하고 있다.

"그…조금만 더 미뤄주면 안될까?"

"…어째서냐."

정당한 이유가 아니면 베어버리겠다라는 눈으로 치후유가 유세이를 노려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지금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어째서냐?"

"미래에 대한,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

진지하게 유세이가 치후유의 말에 대답한다.

"모두의 미래가 달린 일이야."

"…모두의 마음을 인도하고, 모두의 마음을 잇기위한 일이라는거냐?"

"응."

"……어쩔수 없군."

그 대답에 치후유는 잡아두고 있던 팔을 풀어 유세이를 순순히 풀어준다.

"그런 일이라면 잡아둘수가 있을리가 없잖아."

"치후유 누나."

"네가 타바네랑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리하고 있다 싶으면 당장이라도 때려서 말릴테니까?"

"…난 타바네 누나처럼 브레이크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타바네 아들이니까. 언제 어떻게 폭주해도 모를 일이지."

"…나, 그렇게 못 미더워?"

"일을 핑계로 대답을 회피하는 녀석이 믿을만 하겠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으며, 치후유는 벌써 12캔 째인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그래도?"

"또 대답을 회피하면 안되니까. 확실하게 도장을 받아놓을까."

그리고 곧바로 기습적으로─

"……"

"……"

"…후우…, 이러면 더는 도망 못 치겠지?"

"……나 이제 결혼 못 해."

"못 하게되면 내가 받아주지."

그 말 직후에 지은 웃음은, 치후유 답지 않게 매우 사랑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후에, 술에서 깬 치후유가 "9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도데체 뭘 한거냐." 라며 머리를 싸매고 데굴데굴 구른 것은 바로 다음날의 일이다.

*****

"…그래서 링과는 그렇게 알콩달콩한 이벤트는 다했다 이거지."

"…아, 아하하…"

링의 다음으로 이치카의 옆에 선 그녀는 샤를로트. 입고 있는 사복은 흰색의 블라우스 위에 노란색의 가디건을 걸치고, 요즘들어서 자주 입게된 미니스커트 차림이다.

"하아, 링이 다해버려서 내가 할게 없잖아."

"그래도 난 샤르하고는 그렇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같이 느긋하게 있는게 좋은걸."

"…그건 나도 그래."

네오 도미노 시티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의 언덕 위.
그곳에 있는 벤치에 앉은 샤를로트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앉은 이치카의 어깨 위로 자신의 머리를 올린다.
이치카는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려진 샤를로트를 바라보며 살짝 웃은 뒤, 상냥하게 샤를로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요새 많이 피곤했지?"

이치카는 둘러서 이야기했지만, 그 말의 중점을 파악했는지 샤를로트는 쓴웃음을 짓는다.

"…이치카."

"응?"

"…조금 응석부려도 돼?"

"언제든지."

허락이 떨어지자, 샤를로트는 이치카의 어깨위에 올리고 있던 머리를 이치카의 가슴에 묻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따뜻함이 샤를로트의 몸에 스며들어온다.

"……"

"……"

두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단 둘이라는 분위기를 느긋하게 즐긴다.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그렇게 두사람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

"…클라리사의 말에 의하면, 그런 상황에서 키스하는게 보통이지 않은가?"

"아니 샤르와는 그런걸로 느긋한 분위기는 깨고 싶지 않아서."

"그 정도는 센스라고 뒷 말을 덧붙이더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샤를로트와 바톤터치한, 오늘의 마지막 순서인 라우라가 이치카의 옆에 선다.
라우라가 입고 있는, 어깨가 노출되어 있어 노출도가 있지만, 검은색의 특유의 차분한 느낌의 원피스는 은발과 잘 어울어져 귀여움과 신비로움이 시너지를 이루고 있었다.
거기다 라우라의 작은 신체와 맞물려 언듯 보면 마치 요정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네."

"샤를로트가 골라준 옷이다. 어울리지 않으면 곤란하지."

골라준 것은 샤를로트지만, 어째서인지 라우라가 자랑스럽게 빈약한 가슴을 내밀고 있다.

'하긴, 라우라는 샤를로트를 잘 따르니까.'

모르는 것이라도 행동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평소의 고집이 쎈 라우라지만. 샤를로트의 말이라면 딱히 저항하지 않고, 같이 행동할때면 샤를로트의 행동에 맞춰주고 의지한다.
그것은 이치카와 연인이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아, 가끔 이치카마저 샤를로트에게 질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안 졸려? 이제 곧 11시가 넘어갈텐데."

"본국에 있을때 야간 훈련도 했었다. 이정도 시간에 졸리진 않다."

"그래?"

"그래서 이 심야 데이트에 뭘 할거지?"

"응? 으음, 그러네. 치후유 누나도 통금시간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으니…"

"참고로 클라리사가 준 심야 데이트 정석이 이거다."

라우라가 주머니에서 레포트 용지를 꺼내 이치카에게 건냈고, 이치카는 그것을 받아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우라."

"응?"

"라우라는 부대장이니까. 부대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는게 좋지 않을까?"

"으음…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요즘 부대가 많이 헤이해졌다라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좋아, 적극 검토해서 확실하게 기강을 잡도록 하겠다."

"응. 부탁해."

그리고 라우라 몰래 보고 있던 레포트를 구겨서 근처 쓰레기 통에 넣는다.

'…이 사람 안되겠어.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심야 데이트 정석이라고 라우라에게 보내온, `검열삭제`가 무더기로 뜰 클라리사 대위의 레포트 내용을 떠올리며 이치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

일단은 평범하게 심야 영화 데이트부터 하기로 했다.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응 그러네."

보고 나온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평범한 영화였다.

"……으음."

"…? 왜 그래?"

"잠깐 이리로 와라."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골목으로 이치카를 이끌고 들어간 라우라는.

"음…"

"읍…으음…"

이치카의 어깨를 눌러 자신과 키를 맞춘 뒤, 이치카와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후우."

"라, 라우라?"

갑작스러운 라우라의 기습 키스에 이치카가 당혹해한다.

"가, 갑자기 왜…?"

"그 영화를 보고나니깐 하고 싶어졌다."

"…그거 야한 영화도 아니었잖아."

"키스라는 것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였겠지?"

그러니까 즉.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나니 자신도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졌다라는 것이다.

"그런거라면…"

이치카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무방비한 라우라의 다리를 합기도의 요령으로 건다.

"…?!"

"엿차."

라우라의 작은 몸이 둥실 떠오르자, 그 틈에 이치카는 지면으로 몸을 미끄러뜨려 라우라를 받아 안아올렸다.
속칭, 공주님 안기다.

"굳이 키스 이외에도 이런게 있잖아."

"무, 무, 무…?!"

"자아, 그러면 조금 더 돌아다녀볼까."

공주님 안기로 안은 채로 이치카는 골목을 나와 아직도 환한 도심지를 걷기 시작한다.

"노, 놓아라! 부끄럽다!"

"키스는 안 부끄럽고?"

"아후…"

"기습으로 키스 한 벌이야. 한동안 이렇게 데리고 다닐테니깐."

"요, 용서해줘, 이치카!"

"안돼."

결국 이치카의 품에서 고양이처럼 바둥거리던 라우라가 바둥거리는 것을 포기하며 얌전히 이치카의 품에 완전히 안겼고, 그런 고양이 같은 모습에 이치카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이걸로 두번째 키스네?"

치후유를 침대 위에 눕혀놓고 나온 유세이의 앞에 나타난 타테나시가 대뜸 한 말이 이것이었다.

"둔감한 듯 보여도 할 건 다하고 있잖아."

"본의가 아닙니다만…"

"그래서 오리무라 선생님과의 관계는?"

"가족같은 동생, 누나입니다."

"다우트."

타테나시가 부채로 가볍게 유세이의 이마를 찌른다.

"명백히 누나, 동생사이가 아니잖아."

"호적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호적상뿐만이 아니잖아. 난 진지해?"

한번 때리는게 좋을까.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타테나시가 한숨을 내쉰다.
남자 때문에 자신을 잃어버리는건 자신답지 않다는걸 자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로서의 오리무라 선생님은?"

"…노 코멘트."

"뭐 어때 우리 사이인데. 말해줘."

"…진지하게 노 코멘트입니다."

"흐응~"

연애관련만 되면 재미가 없는 남자가 된다. 그런 점이 오히려 불타오르게 만들지만 그 때문에 진이 빠지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자신이 가장 늦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 뿐이다.

─그 정도의 차이로는, 자신의 마음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하암~ 슬슬 졸린데 잘까. 유세이도 재미없어졌고."

"그런가요."

특유의 쓴웃음을 짓는 유세이를 보며 타테나시는 기지개를 편다.

"그러면 잘 자."

"네─"

─그리고 자연스러움을 가장해서 빼앗는다.
뒤의 벽으로 밀어붙여서 몸을 기대며 얼굴을 가까이해서 입술을 부딪힌다. 조금 거칠지만 이정도로 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타테나시는 길지도 짧지도 않게해서 끝마친다.

"서, 선배…?"

"이젠 나도 대답을 받을 수 있는거지?"

사랑스럽게 미소를 짓는 타테나시의 등뒤로 무언가 보인 것 같지만 유세이는 애써 무시했다.

"난 딱히 기간은 안 정해둘테니깐. 결정되면 제대로 대답해줘야 돼? 그럼 이만~"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떠나가는 타테나시의 모습에.

"…아하하…"

유세이는 마른웃음밖에 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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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인 내가 연애물을 쓸 수 있을리가 없잖아!
이런건 곤욕이라고오!!(혼의 외침)
....그러니까, 축제편은 다음편에서 끝내버릴겁니다.
커플 많은 축제따위 없애버리겠(진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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